2024년 7월 19일 프리즘홀에서 열린 ‘SEKAKOMO 2nd Page 【약속】’에 다녀왔습니다.
<리리이베>
이날 공연에서는 세카코모의 새로운 오리지널곡과 의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라이브아이돌 문화에서는 새로운 오리지널곡이 공개되는 공연을 ‘리리이베’라고 부릅니다. ‘Release Event’의 줄임말으로 일본 음악계에서 앨범이나 곡을 발표하는 행사를 그렇게 부르는 데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공연에는 곧 해산을 앞둔 히로츄, 아이코메 두 그룹이 출연했습니다. 신나는 노래와 응원 속에서도 어쩐지 애석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라무네의 공연은 SIF Rainbow Stage에서도 언뜻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상 온전히 보기가 어려웠고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라무네 전용 믹스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맨 앞에 계신 관객 한 분이 믹스를 적어논 스케치북을 들고 계셔서 그걸 보고 따라 외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세카코모 공연은 지칸의 새로운 SE로 시작했습니다. SE는 ‘Sound Effect’의 줄임말로 라이브아이돌 공연에서의 그룹별 등장음악을 가리킵니다. 지칸 순서의 음악은 가사가 없고 본 무대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것이기에 그 연장에서 SE라고 하는 듯 합니다.
새로운 곡이다보니 이전 SE처럼 빽빽하게 채워진 응원을 하진 못했지만 지칸님이 공연 전날 유미온 채팅앱을 통해 팬들에게 투스텝 출 줄 아냐고 물어보셔서 다들 투스텝은 맞춰서 췄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카코모 세계관 설정의 다음 이야기 전개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홍보 포스터나 신곡의 가사에서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주의 깊게 보고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이번 공연은 여러 의미가 있었기에 후기에서 그 의미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세카코모의 설정>
소설
세카코모는 ‘セカイのコドモ’ (세계의 아이, 세카이노 코도모)’를 줄여서 세카코모입니다. 세카코모의 멤버들은 아침의 아이(아샤히), 낮의 아이(니코), 밤의 아이(모야), 시간의 아이(지칸)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설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짧은 소설이 있습니다.
이런 설정을 몰라도 공연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지만 저는 누가 무언가를 공들여서 만들어 놓으면 궁금해서 찾아보는 편입니다. 세카코모의 세계관을 다룬 소설 ‘세계의 아이’는 하나의 에피소드 ‘멈춘 시간 속의 너에게’ 가 2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공개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아이 EP1. [멈춘시간속의 너에게] Part1
https://sekakomo.tistory.com/2
세계의 아이 EP1.[멈춘시간속의 너에게] Part2
https://sekakomo.tistory.com/3
줄거리
무료한 일상에 절망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을 제외하고 세계의 시간이 멈춰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을 저주했던 주인공이었지만 막상 시간이 멈추니 혼자가 되어버렸다는 상황에 절망한다. 그러던 중 어떤 강아지를 만나고 그 강아지를 쫓아가다가 니코, 모야, 야샤히 세 사람을 만닌다.
주인공은 어째서인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고 니코, 모야, 아샤히의 발밑에 비춰보이는 시계를 보고 자신을 태엽이라고 소개한다. 세 사람은 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그들의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네 사람은 함께 강아지의 울음소리로 강아지를 찾았고 근처에서 다친 사람을 발견한다. 그때 강아지가 갑자기 사람 말을 하면서 그 다친 사람의 이름이 지칸이라고 알려준다.
제가 소설 내용을 통해 추측한 부분은 이렇습니다.
지칸이 크게 다친 상태라는 것은 다시 말해 ‘시간이 다쳤다.’는 뜻으로 시간이 멈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스스로를 태엽이라고 소개한 것은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할, 세계를 구할 용사(?) 같은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세 사람은 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만난 것은 처음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아샤히, 니코, 모야는 시간이 멈췄기에 각각 아침, 낮, 밤이 의인화하여 주인공을 도와 시간을 구하러 온 느낌의 설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부분은 강아지의 존재입니다. 소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지금까지 세카코모의 콘텐츠에서 강아지가 등장한 것은 단 한번입니다. 그래서 이게 무엇인지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노래
소설로까지 세계관을 설명하는 것은 세카코모가 특이한 경우이고 보통은 오리지널 곡의 가사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세카코모의 오리지널 곡은 ‘고백’과 ‘스케치북’ 두 곡과 이날 리리이베에서 공개된 ‘夢:약속’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모야님 생탄에서 한 번 공개된 ‘春夜’ 라는 노래가 있다고 합니다.)
고백의 가사는 화자가 청자를 좋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케치북은 화자와 청자가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인데 특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둘이서 함께 걸었던 이 길에 서 있을게
부디 너 언제라도 나를 찾아주기를
믿음을 담아주었던 네 품에 나를 안고서
꼭 다시 함께 열어 사랑할 수 있기를 약속해줄거지.
떼창 스케치북…에모이….눈물
— 니코 にこ ✈️☁️ (@SKKM_NIKO) June 23, 2024
(니 품에 나를 안고서~짱 높지않나여🤭) pic.twitter.com/2jRes0fnRW
(해당 부분을 다함께 불렀던 영상이 첨부된 니코님 트윗입니다.)
'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든' 다시 와달라는 말은 일반적인 작별의 순간과는 조금 다른, 가사에서 전제하고 있는 특정한 상황이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아니라 어린이가 성장해서 떠나간 놀이터나 장난감의 관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夢:약속은 이제 막 공개된 터라 아직 가사가 정리된 텍스트를 찾진 못했습니다. 대략 꿈에서 화자와 청자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이 약속을 꼭 지켜달라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제목에도 한자 夢 (꿈 몽)이 '약속'이라는 단어와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스케치북에서처럼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사의 주된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고백은 어떤 서사의 시작이고 스케치북과 夢:약속은 그 서사의 끝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말에는 재회의 가능성이 남은 이별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쓰다보니 겐바에서 겪는 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포스터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공연 홍보 포스터입니다. 먼저 세카코모의 데뷔 라이브(오히로메) '멈춘 시간 속의 너에게' 포스터에는 시계, 그리고 태양과 달로 보이는 두 개의 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계를 덮고 있는 유리가 깨져서 그 파편이 보는 사람의 시점 앞에 있습니다. 앞서 소설에서 나왔던 요소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보입니다.
이번 공연 '약속'의 포스터에는 날개 달린 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의 상단에 있는 장식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문이 열린 틈 사이로 누군가의 뒷모습이 조금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그 사람의 밑에 시계가 있습니다.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있습니다. 무지개 빛을 받아서 문 상단의 장식이 빛나고 그래서 문이 열린 걸까요? 아니면 각각 개별적인 의미를 갖는 상징인 걸까요? 열려 있는 문 앞에 계단이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문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열려 있는 문틈으로 보이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발밑의 시계를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니코, 모야, 아샤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콘텐츠 외적인 의미>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했다는 점 이외에도 이번 공연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건강 문제로 휴지 중이었던 아샤히님이 정식으로 복귀한 무대이기도 했고 얼마 전 소속사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일이 마무리된 이후의 공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한 번의 폭풍이 지나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예상보다 너무 일찍 세카코모를 못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아마 세카코모의 공연을 재미있게 보아왔던 분들이라면 다들 비슷한 심정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약속이라는 공연 제목을 보면서 저는 의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내가 누군가에게 의리를 지켰던 일,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한 의리를 지켜줬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선택은 결과의 크기와 상관없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스스로 규정하거나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그저 한 번의 공연과 짧은 시간의 인사였지만 저에겐 이날 참석이 그런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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