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바 후기

Happy Sunshaine! (2024.06.21) 관람 후기

차카_ 2024. 6. 22. 20:33

2024년 06월 21일 세카코모 아샤히님의 생일기념 라이브에 다녀왔습니다.

 

1. 생탄이라는 문화

 

라이브 아이돌 세계에서는 “생탄”이라고 부르는 문화가 있는데, 아이돌의 생일을 기념해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형식의 공연을 합니다.

 

 

겐바에 처음 갔을때 아이돌들과 인사하고 체키를 찍는 과정이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탄은 정말 지인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통 생일잔치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기에 생탄문화가 특이하다는 느낌이 들뿐 생각해보면 ‘경조사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 경조사가 맞습니다. ‘누구나 입장료만 내면 참석 가능한 생일잔치’라는 새로운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https://x.com/sekakomo_

 

 

위 홍보이미지에서 아샤히님이 입고 계신 의상은 특별의상입니다. 생탄에서는 생일인 아이돌이 특별의상을 갖춰 입는 것 같습니다. 세카코모라는 그룹의 컨셉은 ‘시간’인데 그 중에서도 아샤히님은 ‘아침의 아이’라는 설정입니다. 

 

 

공연 순서를 보면 Happy Sunshaine! 이라는 순서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런 그룹이 따로 있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공연 순서라는 뜻입니다. 생일인 아이돌의 독무대와 이날만을 위해 다른 아이돌들이 특별히 준비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순서입니다.

 

 

일본 아이돌 음악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라면 “아니 이 노래는?” 싶은 순간들이 펼쳐지는데, 저는 잘 알지 못해서 그런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세카코모의 ‘지칸’이라는 멤버가 춤을 추는, 굉장히 희귀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https://x.com/sekakomo_

 

 

“지칸”은 이렇게 생긴 멤버인데, 세카코모라는 그룹을 만든 사람이 “여러분 여기를 보세요. 이게 도대체 뭘까요?”라고 표시한 부분이라서 도대체 저 멤버에게 숨겨진 설정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이분은 출연하는 공연 숫자도 적고 출연하더라도 보통은 뒤에서 디제잉을 하시기 때문에 이날의 무대는 매우 특별했습니다.

 

 

공연 중간에 아샤히님이 참석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셨는데, “다 함께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정도의 메시지였습니다. 그 낭독을 듣고 있자니 형식은 서브컬쳐인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공공기관 행사 같이 명료하게 공익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한편 라이브아이돌 문화에서 아이돌 만큼 중요한 것이 관객입니다. 그리고 특히 세카코모 오타분들은 적극적으로 관중문화를 만들어가는 편입니다. 이분들이 아이돌과 만드는 상호작용을 보고 있으면 한때 트위터에서 유행했던 “일은 안하고 뒤에서 과자나 먹으며 주인공들 구경하는 회사원 1”이 된 기분입니다. 이날도 어김없이 이분들은 여러 가지 재밌고 감동적인 응원을 준비해서 보여주셨습니다.

 

 

2. 엑시던트의 충격

 

공연에는 같은 소속사의 그룹인 엑시던트도 출연했습니다. 엑시던트는 라이브아이돌 팬들에게 매우 유명한 그룹으로 저는 이날 처음 공연을 보았습니다. 공연에서 조금이라도 더 재밌게 즐겨보고자 공연전에 출연예정 그룹들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서 보고 가는데 엑시던트는 영상으로 보는 것과 라이브의 차이가 뚜렸했습니다.

 

 

무대의 어둡고 빨간 조명과 관객들의 빨간 팬라이트 속에서 등장음악에 맞춰 추는 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악몽이나 지옥을 형상화한 것 같았습니다. 영화 사바하에서 주인공이 숨겨진 방에 들어가 불을 켜니 벽에 붉은 배경의 탱화가 나타난 장면의 충격 같았습니다.

 

 

이런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정말 많은 연구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물판 시간에 멤버들을 만나서 여쭤보니 세계관이나 안무 등에서 이런저런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엑시던트의 무대 후반은 “전력으로 달리는 락커들” 이라는 느낌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3. 물판에서 만난 사람들

 

공연이 끝나고 물판시간이 되어서 일단 가장 먼저 생일인 아샤히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른 아이돌들을 만났습니다.

 

 

포치푸리 멤버들을 모두 만나보았는데 모두 정말 어색함 없이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4분 모두 만화 캐릭터 같은 성격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날 포치푸리 공연을 처음 본 것이라 특별히 드릴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덕분에 재밌게 대화했습니다.

 

 

특히 디치님은 통성명도 하지 않고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 그 순간은 어린왕자 같은 문학작품 속의 장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엑시던트 멤버들도 모두 만났습니다. 주로 그룹의 세계관이나 장르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의상 스타일이 제각각이어서 재밌었습니다.

 

 

엑시던트 렌님과 함께 찍은 투샷체키입니다. 제 얼굴을 가려서 웃음포인트가 반감된 측면이 있습니다만 제가 살짝 미소를 짓고 있어서 "보시다시피 우리 아이도 반성하고 있으니.." 짤방 같은 사진이 나와버렸습니다. 인물의 뒷배경도 절묘하게 갈라져있습니다.

 

 

 

 

소소하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엑시던트의 세아루님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세아루: 아 그러면 유비시네요.

나 : 네? 유비요? 살면서 유비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세아루: 아 유비가 아니세요?

 

 

뉴비라고 말씀하신 것을 제가 유비라고 잘못 알아들은 것인데, 왜인지 이 그룹에서는 진지하게 삼국지 이야기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비 같다는게 무슨 뜻일까 생각했습니다. (귀가 크다는 것인지, 정통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미사여구인 것인지

 

 

아쉽게도 이날 물판에서 세카코모 니코님을 뵙지 못했습니다. 전에 참석했던 겐바에서는 늘 세카코모 멤버들을 모두 뵙고 인사드렸는데, 이날은 세카코모 멤버들과 교류시간을 가지려는분들의 줄이 길기도 했고 일정상 조금 일찍 공연장에서 떠나기도 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당일에 모두 쓰지 못하고 남아버린 세카코모 특전권 2장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