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바 후기

SIF Rainbow Stage (2024.07.07) 관람 후기

차카_ 2024. 7. 9. 12:51

 

2024년 7월 7일 리엠 아트센터에서 열린 SIF Rainbow Stage에 다녀왔습니다.

 

SEOUL INDIE IDOL FESTIVAL (SIF)

SIF는 지난 5월 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서브컬쳐 행사 일러스타 페스티벌의 무대행사로 시작했습니다. 대형 서브컬쳐 행사에서 라이브아이돌 공연이 처음 열렸다는 의의가 있었기에 많은 팬들이 참석했고 저도 그날 현장에서 무척 즐겁게 보았습니다.

 

이후에도 이런 행사가 계속 열릴까 궁금하던 차에 이번 공연의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특히 이번 Rainbow Stage는 일러스타 페스티벌의 본 행사 기간이 아닌 시기에 별도의 공연을 연 것으로 라이브아이돌이라는 콘텐츠를 가능성 있게 보고 이루어진 시도 같습니다.

 

SIF Rainbow Stage의 라인업과 일정표 (출처: https://x.com/sif_staff )

 

 

일러스타와 경쟁구도에 있는 행사인 코믹월드에서도 라이브아이돌 공연을 열기로 했는데 이런 흐름을 보면 라이브아이돌 문화는 확실히 우리나라 서브컬쳐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산업이 충족하지 못하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저는 라이브아이돌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길목에 서브컬쳐 행사가 있다는 점에서 SIF는 계속 주목할 만한 행사입니다.

 

공연장 규모에 비해 많은 관객을 수용한점,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많이 아쉬웠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관객동원력이 확인된만큼 다음번에는 충분한 준비시간과 예산을 가지고 좋은 행사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평행물판

 

보통 라이브아이돌 행사에서는 출연팀의 공연이 모두 끝난 다음 아이돌과 사진을 찍고 교류시간을 갖는 물판 순서가 이어집니다. 이번 행사는 한 팀이 공연하는 동안 다른팀에서 물판을 진행하는 평행물판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병행물판이라고도 불리는데, 혼용되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뜻은 통하는 것 같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더 자주 쓰이는 평행물판이라고 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각각 다른팀에 속한 사람들, 최대한 많은 아이돌의 공연과 물판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의 경우 행사가 평행물판 방식으로 진행될시 동선 계획이 아주 복잡해집니다. 

 

저는 세카코모의 무대만 온전하게 객석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고 다른 그룹들은 아예 못보거나 절반 정도만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냉방 문제로 객석이 너무 더워서 무대를 오래 보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냉방 문제가 아니라면 그룹별로 팬들이 객석에서 빠지고 다시 들어오는 흐름이 있어서 평행물판도 나름의 재미가 있긴 했습니다.

 

 

세카코모

이날 많은 그룹들을 한 행사에서 보다보니 세카코모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세카코모는 라이브아이돌 장르 구분상 ‘왕도’로 분류됩니다. 당연히 맹자의 ‘왕도’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맹자에서 출발했던 용어가 정석적인 방식을 뜻하는 일상용어로 변화했고 다시 이것이 일본의 아이돌 장르 구분 용어로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왕도라는 용어를 그렇게 자주 사용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또 케이팝 아이돌이 정석적인 아이돌의 이미지이기에 특히 왕도가 무엇인지 이해하는게 더 어렵습니다.

 

주로 연애를 주제로 하는 노래를 부르고 컨셉이 로맨스의 주인공이라는 점에 집중하고 있는 그룹을 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대의 분위기와 객석의 응원 또한 다른 장르보다 상대적으로 차분합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세카코모는 아주 전형적인 왕도 그룹인데, 여기에 이질적인 요소가 결합해 있습니다. 바로 지칸이라는 DJ 멤버입니다. 지칸은 컨셉이 로봇(?)이라 설정상으로는 로맨스와도 상관이 없습니다.(적어도 아직까지는)

 

라이브아이돌 공연에서는 관중들이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서 문법이 정해진 구호인 ‘믹스’를 외칩니다. 그런데 지칸의 순서에서 흐르는 음악은 클럽에서 흥을 돋구는 용도로 만들어진 느낌의 가사 없는 음악이라 처음에는 관객들이 그냥 지켜보는게 다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느 순간부터 팬들이 나름대로의 응원방식을 정했습니다.

 

지칸님과의 투샷체키

 

 

이번에 객석 앞줄에서 지칸 순서의 응원에 참여해보니 무대 초반 열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분명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룹의 실험적인 시도로 시작해서 자칫하면 유리될 수도 있었던 요소가 관객의 참여로 온전하게 자리잡게 된 셈입니다.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었다는 점을 곱씹어 보자면 이것이 라이브아이돌 문화의 왕도인가 싶기도 합니다. 오는 7월 19일 세카코모의 새로운 오리지널 곡과 의상이 공개되는데 또 어떤 설정이 제시되고 이에 맞추어서 어떤 응원문화가 만들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물판에서는 네 명의 멤버와 모두 만났습니다. 최근 세카코모에서 시작한 유미온 메신저 앱이 물판에서 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미온은 아이돌에게 팬들과의 단체대화방 UI를 제공하고 팬에게는 아이돌과의 1:1 대화방 UI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경험해보면 아이돌 소식을 받아보고 거기에 댓글을 다는 느낌입니다. 주로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다보니 물판에서 대화 소재를 떠올리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왼쪽: 유미온 관련 공지(출처:https://x.com/sekakomo_) / 오른쪽: 실제 대화방 내용 중 일부

 

클릿츠

 

세카코모 멤버들을 모두 만난 다음에는 클릿츠 멤버들을 만났습니다. 클릿츠는 투스텝이라는 춤으로 유명한 그룹입니다. 클릿츠 공연에서는 객석에서도 수많은 관중들이 단체로 투스텝을 추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흉내만 낼 수 있어서 객석 뒤에서 따라하는 수준입니다. 물판에서도 주로 투스텝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에 클릿츠가 투스텝을 시작했던 시기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클릿츠의 또 다른 컨셉은 고양이인데, 멤버들이 입고 있는 의상에도 고양이 발바닥이 그려져 있고 오리지널 곡 가사에도 고양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가 봐도 이 사람들은 고양이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분 다 말씀하시는 것도 사근사근해서 고양이 같았습니다.

 

엑시던트 세아루, 카이니

여기서부터는 일정상 그룹의 모든 멤버들을 만나지 못하고 일부만 만났습니다. 지난번 참석했던 공연에 이어서 이번에도 엑시던트의 세아루님과 카이니님을 만났습니다. 카이니님과는 얼마전 보도되었던 현대아울렛 동대문점 야외공연 기사에서 카이니님 사진이 멋지게 나왔던 것, 세아루님과는 엑시던트 공연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sports.chosun.com/life/2024-07-01/202407010100005690000496

 

엑시던트는 라이브아이돌이라는 도전에 더해 국악과 메탈의 접목이라는 도전을 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도전 중 도전을 하고 있는 그룹입니다. 이러한 맥락에 등장음악의 박진감이 더해져 무대가 시작할 때마다 객석에서 빨간 팬라이트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대단한 의식에 참여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중에 라이브아이돌 문화가 성장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보는 공연이 열리게 되면 그 자부심이 엄청날 것 같습니다.

 

서양고전음악을 하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중에 “비발디는 그 시절 악기로 최선을 다해 락을 했던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엑시던트의 공연을 보고있으면 “무당들은 그 시절 악기로 최선을 다해 락을 했던 사람들”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오리지널 곡에서 지옥이나 마귀, 파괴 같은 이미지를 강조할때 폭발하는 메탈음악의 그로울링 창법이 이러한 문화적인 배경과 결합해서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N번째 고백연습 나라

 

그 다음으로는 N번째 고백연습의 나라님을 만났습니다. N번째 고백연습의 무대는 이날 처음보았는데 익숙한 왕도 장르의 공연이어서 그런지 처음인데도 재밌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이날 공연이 큰 행사인 덕분에 처음 만났는데도 어색함없이 상당히 들뜬 기분으로 대화했습니다. 대화 주제도 주로 이날 행사의 분위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유비키리 루리

마지막으로는 유비키리의 루리님을 만났습니다. 유비키리에는 ‘에이에이오’라는 인상적인 오리지널 곡이 있습니다. 아이돌 활동을 하는 개인의 일상과 다짐에 대한 가사인데 묘한 감동이 있습니다. 이전에 참석한 공연에서 처음 듣고 한참 머릿속에서 멤돌았던 것 같습니다.

 

몇 달뒤에 멤버 루리님의 졸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라이브아이돌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다면 그래도 몇 번은 더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끝 -